엔프피의 시선으로 보는 다른 유형이나 MBTI 관련된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일기처럼 조금씩 적어볼까 한다. 오늘의 주제는 ENFP와 INTJ 관련 이야기이다.
*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주로 ENFP는 강아지, INTJ는 고양이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고 ENFP가 INTJ에게 치대고 INTJ는 겉으로는 싫어하면서 속으로는 그걸 좋아하는 밈이 많다. ㅋㅋㅋ 엠비티아이가 초반에 유행할 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조합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누군가가 재밌다고 느끼거나 호감이 간다고 느꼈을 때는 대부분 상대방의 MBTI가 NT 유형인 경우가 많았다.
예전에는 T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에 상처를 받던 적도 있었는데 MBTI를 알고 난 후에는 T 유형들을 좀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ㅋㅋㅋ 내가 아는 T들은 대부분 말을 조심하는 사람들이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이라 더 그럴 수도 있고.
일단 나는 검사를 하면 E랑 F가 높게 나온다. 20대 초반에는 ESFJ가 나왔었는데 지금은 ENFP로 고정이 됐다. (방황기(?)에는 INFP와 ESFP가 나오기도 했다.) N인 친구들 사이에서는 너무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S 성향이 꽤 있는 편이고, 계획을 세우긴 하지만 지키지 않는 P다. ㅋㅋㅋ
나는 연인이든 친구든 말을 예쁘게 하고 다정한 사람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그래서 친구들과도 꽤 다정하게 지내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 위의 밈에 나오는 인티제 같은 친구는 일단 내 주변에 없다. 저런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그런 화법에 상처를 받을까 생각해봤는데 그것도 아닐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겉으로는 감정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서 내가 엔프피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나를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엔프피라고 하면 수긍한다. ㅋㅋㅋ)
이상과 현실
나도 가장 좋아했던 친구가 INTJ였다. MBTI가 유행하지 않았던 몇 년 전부터 베프로 불러왔던 친구였고, MBTI를 알게 된 후로는 저런 짤들을 인티제 친구에게 자주 보냈었다. 지금은 어떤 계기로 인해서 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아했던 친구였던 것은 여전하다.
우리의 평소 관계를 보면 겉으로 보이는 성격은 오히려 반대였다. 처음 MBTI를 잘 모르고 유형 설명만 읽었을 때는 친구가 ENFP 같고 내가 INTJ 쪽에 가깝지 않나라는 이야기도 했었을 정도로. 일반적인 밈들과는 달랐던 우리는 꽤 특이했던 조합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최근에 MBTI 관련 카페에서 INTJ 분들의 의견을 본 적이 있다. ENFP와의 밈들로 인해서, 본인이 INTJ라고 밝혔을 때 ENFP들이 보이는 기대감이 부담스럽다고.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많이 뜨끔했다. ㅋㅋㅋ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였고, 그 친구 또한 나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었기 때문에 그 이유만으로 나는 그 친구와 모든 것을 나누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거절하는 것은 서운하지 않았지만 그 친구가 거절할 때는 서운한 티를 냈었던 것 같다. 특별한 친구니까 서로의 1순위에 있기를 바랐고, 모든 것을 나와 함께 해주기를 바랐다.
내가 저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친구에게 부담을 덜 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MBTI를 자꾸 찾아보고 유형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해하려 하는 것도 어쩌면 그에 대한 미련에서 나오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사실 MBTI를 본격적으로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INTJ 친구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었던 점도 꽤나 재미있었다.
신뢰
네이버 검색 중에 본 사진인데 진짜 공감했던 말이다. 아마 사람마다 연애에서 우선시 하는 것들이 다를 텐데, 나는 믿음과 설렘 두 가지가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이상형 조건 중에 꼭 들어가는 게 빈말하지 않는 사람인데 이게 바로 신뢰와 연결되는 부분 같다. 흔히 엔프피는 안정적인 사람을 좋아한다고들 하니까.
신뢰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사람을 잘 믿는 타입은 아닌데, 나를 말랑하게 봐주는 친구 한 명은 내가 사람을 잘 안 믿는다고 말했더니 의외라는 반응을 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가족들을 제외한 사람은 타인이라고 보고, 100 퍼센트 믿지 않는 습관이 있다. 이건 아마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100 퍼센트를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유일한 예외가 된 친구가 INTJ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얘라면 내가 뭘 해도 좋아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ENFP들도 INTJ에게 이런 느낌을 받는지 궁금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멀어지긴 했지만. 어느 글에서 본 것처럼 성숙한 ENFP와 성숙한 INTJ가 만난다면, 그리고 ENFP가 너무 급하게 선을 넘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NFP와 INTJ 조합만큼 인기 있는 게 INFP와 ENTJ 조합이라는 이야기도 봤는데 유튜브를 보면 진짜인 것 같다. 내가 요즘 제일 꽂혀 있는 친구가 ENTJ인 걸 보면 XNFP와 XNTJ 조합이 잘 맞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ㅎ 흔히 인터넷에 떠도는 밈들을 보면서 INTJ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는 ENFP라면 자신의 행동이 부담이 되진 않을지 좀 더 되돌아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