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를 잘 알면 타인을 OO할 수 있다
"혹시 MBTI 검사 해 보셨어요?"
"MBTI 유형이 뭐예요?"
요즘 새로 만난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을 때 사람들이 자주 꺼내는 말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MBTI를 접하는 방식과 태도를 먼저 살펴보려 한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참고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는 MBTI 정식 검사 자격 보수 과정을 수료했고, 중급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MBTI 유형을 찾아주기 위한 고민도 많이 해 보았다. MBTI 과몰입 과정을 지나 이제는 이 심리 검사를 꽤 건전하게 활용하고 있다. 😊

1. 인터넷 무료 사이트에서 MBTI 약식 검사를 한다.
참고로 이 검사는 가짜 MBTI 검사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이 사이트의 유형 그림들을 좋아한다.
2. MBTI 약식 검사를 통해 알게 된 내 유형을 검색한다.
2-1. MBTI 유형 지표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한다.
E는 외향적이고 I는 내향적이고...
2-2. 내 유형과 관련된 밈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과몰입 or 편견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그렇듯 인터넷에는 틀린 설명이 정말 많다.
오해받는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유형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게 된다.
3. 주변 사람들에게 MBTI 약식 검사를 권하거나 다른 사람의 MBTI를 예측한다.
(얘는 집에 있는 거 좋아하니까 I일 거야)
나처럼 겉으로는 ENFP로 안 보이는 사람도 있기에 다른 사람의 MBTI를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꽤 위험하다.
3-1. 내 유형과 다른 유형의 궁합을 찾아본다.
MBTI 궁합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소개팅)
이러한 판단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 MBTI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한번씩 봤을 것 같은 짤인데, 이 그림을 설명할 때 가끔 따라오는 설명들이 있다. T(사고) 유형은 결과 중심이고 F(감정) 유형은 과정 중심이라는 말.
하지만 사실 이건 J와 P의 차이다. 그렇기에 FJ에게 과정을 칭찬하고, TP에게 결과를 칭찬한다면 그 칭찬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밈에는 오류가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과 없이 그 정보들을 모두 받아들인다.
만약 MBTI에 대한 자세한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과정을 접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특정 유형에 대한 편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정 유형인 사람을 기피하게 되고, 색안경을 낀 채로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사실 처음 MBTI를 접했던 내가 그랬었다. MBTI 유형, 정확히는 그 유형과 관련된 밈들에 타인을 가두고 바라보려 했다. (쟤는 OO 유형이니까 이렇게 행동하겠지?)
하지만 MBTI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느껴지는 이 심리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MBTI 심리검사의 유행과 별개로 나는 이 유형이론을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내 유형은 ENFP이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내가 ENFP라는 사실을 들으면 놀란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의아해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밝고 명랑한 ENFP의 이미지와 나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ENFP적인 면모는 손에 꼽을 정도의 소수에게만 드러난다. 나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ISFJ/ESFJ에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I(내향)보다 E(외향)에 가깝고, S(감각)보다 N(직관)에 가깝고, T(사고)보다 F(감정)에 가깝고, J(판단)보다 P(인식)에 가깝다. 그 조합의 결과가 ENFP고, 나는 대부분의 ENFP 설명에 공감한다.
내가 MBTI를 통한 '이해'의 힘을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2018년도였다.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는 INTJ 유형이었고, 나는 ENFP 유형이었다. 궁합이 좋은 유형이라 관련된 밈도 많았고 나는 그 관계성에 대해 과몰입하기 시작했다.
MBTI를 처음 알아가던 당시에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은 'F(감정)'와 'T(사고)'의 차이였다. 나는 확신의 F이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많고, 공감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나는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이해되지 않았던 친구의 행동들이 하나둘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가족들에게도 적용되었다. 나는 엄마가 당연히 F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유형은 ISTJ였다. 나와 같은 부분이 하나도 없는 완전한 반대 유형. 엄마에게 유형 특징을 설명하고 우리 유형이 반대라는 것을 말씀드리자 엄마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없었던 거구나."
서로의 MBTI 유형을 알게 된 후로 엄마와 나는 서로를 더 배려할 수 있게 되었고, 예전에 비해 부딪히는 횟수가 훨씬 줄어들었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좋아지는 법은 간단하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행동을 해 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일이다. MBTI 유형을 공부하다 보면 그 유형이 싫어하는 행동들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을 직접 물어보고 조심하는 것이다.)
앞으로 MBTI와 관련된 글들을 조금씩 써 보려 한다. (사실 귀찮아서 오랫동안 미루다가 이제서야 여유가 조금 생겨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은 MBTI에 대한 오해와 과몰입이 쌓여 부정적인 시선도 많겠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MBTI의 매력을 조금 더 제대로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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